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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박준, '옷보다 못이 많았다'가슴 속 문장 하나 2013. 3. 14. 18:03
어째서 단 몇 줄의 시가 한권의 책, 한 편의 영화보다 더 가슴을 먹먹하게 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 시.
사실 영상의 마지막에 있었던 황인숙님의 해설이 없었다면 이 시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해설을 보고 나서 다시 한 번 더 영상을 돌려봤다.
시인의 단어 하나 하나가 농을 옮기다 다친 발의 상처처럼 가슴에서 화끈거렸고, 남겨진 여백은 저녁에 한 주걱 더 떠다 먹고 체한 가슴처럼 먹먹했다.
새 옷 한벌 해입지 못하고
주말에는 이삿짐을 날라야 하고
셋방살이 월세 걱정해야 하는 화자나
옷보다 못이 많은 집들만 있는 같은 동네 안에서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옮겨다니는 사람들이나
삶은 참 고난하다五方이 다 캄캄하고
신들도 쉬느라 떠나고 없는데
가슴에 얹혀있는 일들도 한둘이 아니고
......
그나마 영상이 이뻐서 맘이 좀 낫네요
해설에 있었던 '동티난다'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았습니다. '동티'는 '흙이나 돌 등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잘못 건드려 지신의 노여움을 사서 받는 걱정, 불행, 재앙'을 뜻하는 말이네요. 옛날 어르신들은 이사를 하고, 이장移葬을 하다 지신의 노여움을 받을까봐 신들이 감시를 놓고 쉬는 틈을 타 이사를 하고 이장을 해서 액운을 피해보려 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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