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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워치 밴드, 주목받지 못한 혁신
    산업 - ICT and more 2020. 3. 19. 16:22

    애플워치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혁신적인 발상이 하나 있다. 애플워치 그 자체가 주는 혁신에는 비견할 수는 없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최초의 손목시계가 만들어지고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것이다. 그것은 밴드를 손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만든 스트랩 연결방식이다. 그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이런 애기를 하나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밴드의 연결방식의 혁신은 애플워치와는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 

    다양한 애플워치 밴드

    세계 최초의 손목에 차는 시계는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가 1904년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이코노믹리뷰, 2018.05.19). 까르띠에의 수장 루이 까르띠에는 절친한 친구이자 비행기 조종사인 알베르토 산토스 뒤몽을 위해 새로운 시계를 개발했다. 주머니에서 꺼내서 시간을 봐야하는 회중시계가 불편한 산토스 뒤몽은 비행 중 조종간에서 손을 떼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시계를 원했다. 루이 까르띠에는 연구 끝에 케이스를 연결하는 러그를 갖춘 최초의 손목시계를 만들었다. 친구의 이름을 따 산토스 워치라 이름 붙인 이 시계는 네모난 케이스와 가죽 스트랩을 장착하고 있었고, 1911년 까르띠에는 ‘산토스 드 까르띠에’라는 모델을 출시해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2018년 버전 산토스 드 까르띠에, 사진 출처: 까르띠에

    애플워치 밴드의 교체방식, 과연 얼마나 대단한 것일까?

    새 시계줄을 바꾸려면 보통 시계 판매점에 가야 한다. 아니면 시계줄을 빼는 별도의 공구를 구매해야 한다. 애플워치는 본체 후면에 있는 밴드 분리 버튼만 누르면 누구나 손 쉽게 밴드를 빼내고 새로 교체할 수 있다. 정말 편리하다.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러한 밴드 교체 방식이 만들어낸 새로운 가치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애플워치 본체 뒷면의 버튼(사진에서 잘 보면 본체 상하에 작은 버튼 두 개가 있다) 을 누르면 밴드를 옆으로 빼낼 수 있다. 

     

    (1) 디자인의 다양성 증가

    먼저, 애플워치 디자인의 다양성 증가다. 우리는 시계를 찰 때 매일 똑 같은 시계줄을 차고 다닌다. 그러나 애플워치는 다르다. 운동할 때는 스포츠밴드를 차고, 정장을 입고 출근할 때는 가죽 밴드로 바꿔 찬다. 옷이 바뀌면 패션스타일에 맞춰 다른 색상, 다른 디자인의 밴드로 갈아낀다. 옷에 맞춰 아침마다 바꿔 매는 넥타이처럼. 날마다 바꿔주는 패션이 된것이다. 바꿔 끼는 것이 손쉽기 때문에 가능하다. 

    시계와 시계줄이 한 세트로 하나의 디자인을 이룬다. 밴드의 다양성은 애플워치 전체 디자인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더불어 디자인이 고정되지 않고 변화하는 것이 된다. 애플스토어 온라인 매장에서 팔고 있는 애플워치 밴드를 살펴보자. 크게 스포츠 밴드, 스포츠 루프, Nike 스포츠 밴드, Nike 스포츠 루프, 가죽, Hermès 가죽, 스테인리스 스틸 등 7종이 있다. 그 각각은 또 모양과 컬러에서 다른 디자인을 가진 다양한 밴드가 있다. 2월 24일 확인해 본 결과 총 54개의 밴드가 있다. 애플이 공식 판매하는 것 외에 일반 업체가 만든 것도 많이 있다. 네이버 쇼핑에서 "애플워치 밴드"를 검색해보니 71,372개가 올라와 있다. 중복되는 제품도 있을 것이고 애플워치 밴드가 아닌 것도 있을 수 있다. 하여튼 많다. Amazon 온라인 매장에서는 총 갯수는 검색이 안된다. 네이버 쇼핑보다 더 많은 제품이 판매될 것이다. 

    옷에 맞춰 밴드를 날마다 바꿔주는 패션 아이템으로 만든 것. 이것이 애플워치의 밴드 교체방식이 만들어낸 첫번째 혁신이다. 

    (2) 새로운 밴드 시장 창출 

    두 번째, 그리고 핵심적인 사항이다. 바로 밴드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의 창출이다. 시계줄 시장은 예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새로운 혁신은 아니다. 그러나 가치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혁신이라 할 만하다. 왜인가? 

    글쓰는 이의 경우 애플워치를 구매할 때 옵션으로 스포츠 밴드를 구매했다. 그런데 얼마 있다 가죽밴드를 하나 더 샀다. 정장에는 어울리지 않아서 그랬다. 앞으로 다른 색상의 가죽 밴드도 사게 될 것 같다. 스테인레스 스틸 밴드도 꼭 마련하고 싶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거 같다. 이거다. 이게 바로 애플워치 밴드의 혁신이다. 여러 개의 밴드를 사게 만든 것. 

    수많은 애플워치 밴드 제조업체가 자기들만의 디자인으로 자기네 제품을 만들어 팔고 있다. 애플워치가 만들어 낸 새로운 생태계다.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수많은 앱을 만들어낸 전략과 비슷하다. 손쉽게 밴드를 교체하게 만든 것은 스마트폰에 앱스토어를 만든 것과 비슷한 역할을 했다. 어떤 시계 업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애플워치 밴드 시장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지만 어떠한 자료도 찾을 수 없었다. 애플워치 밴드시장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적다는 방증이다. 애플의 스포츠밴드는 65,000원이지만 스테인레스 스틸 밴드는 485,000원 짜리도 있고, 없어 못판다는 에르메스 밴드는 479,000원에서 719,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보면 작지 않은 시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두 개 이상의 밴드를 구매한다. 2019년 애플워치는 총 3,070만개 판매되었다고 한다(inew24, 2020.02.06). 같은 해 스위스 시계 산업의 출하량 2,100만개를 훨씬 웃도는 숫자다. 이 애플워치 판매량, 판매되고 있는 밴드의 가격, 많은 사람들이 복수의 밴드를 구매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엄청난 시장이다. 연간 3000만개 팔리고 사람들이 5만원짜리 밴드를 하나 더 산다고 가정하면 1조 5천억 규모의 시장이 된다. 엄청나다.   

    (3) 밴드를 통한 애플워치 기능의 보완 

    위에 까르디에 시계를 찾아보다 보니 이 시계가 애플워치처럼 탈부착이 쉽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삼성전자나 LG전자 샤오미 같은 기업들은 아직 이렇게 밴드를 손쉽게 교체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도입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왜냐하면 밴드가 이젠 더 이상 단순한 밴드가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애플워치와 같이 작동하면서 스마트 기능을 추가한 밴드가 속속 출현하고 있다. 일례로 글라이드Glide라는 비디오채팅앱을 만든 기업은 애플워치 개발자를 영입해 카메라를 탑재한 밴드 CMRA라는 제품을 개발했다. 국내 스타트업 리베스트는 플렉시블 배터리 탑재한 애플워치 밴드 글로벌 출시했다. 밴드가 스마트워치와 상호작용하며 스마트워치의 기능을 보완해주고 있는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애플워치의 밴드를 보며 애플이 얼마나 혁신적인 방식으로 일하는지 새삼 깨닫는다. 다른 기업들은 본체만 생각하고 시계줄은 고정관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애플은 스마트워치와는 상관이 없는 시계줄마저 처음부터 다시 생각했다. 생각하는 문화가 다른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그랬다. “문화는 전략을 아침으로 먹는다(Culture eats strategy for breakfast) ”고.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혁신적인 문화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고, 혁신적인 전략도 만들 수 있다. 문화는 조직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보약이며 만병통치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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